지난 번 북한산 둘레길 마실길 구간에 이어, 5월 8일 내시묘역길 구간을 다녀왔습니다 (제9구간 마실길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을 참조하시면 되구요).

먼저, 지도 상에 표시한 내시묘역길 코스를 보시죠. 

‘내시묘역길’이라는 이름처럼 이 구간은 '국내 최대의 내시묘역' 근처를 지나가는 구간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성저십리’(城底十里)라고 하여 한양 도성으로부터 10리 안쪽으로는 무덤을 쓸 수 없는 ‘금장’(禁葬) 규정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도성으로부터 십리 바깥인 은평구와 이말산 일대는 매장지로 각광을 받았다고 합니다.

은평뉴타운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은평뉴타운 일대에서 조선 시대 무덤 5,000기의 터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만큼, 이 일대는 조선 시대 도성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매장지였다고 합니다.

또한, 이 부근은 왕실묘역인 서오릉과 왕실사찰인 수국사가 지척이어서 왕실을 받들었던 내시들의 묘역도 이 근처에 조성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살아서는 왕실의 그림자 역할을 하던 그들이 죽어서도 왕실묘역 근처에서 왕실을 호위하는 고단한 역할을 맡았나 싶어, 내시들의 생(生)과 사(死)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내시묘역의 무덤들은 (내시였기에) 후손이 없어서 '무연고 묘'들이 대부분이라는 기사를 접하기도 했는데요. 어쩌면 북한산 둘레길을 통해 잊혀졌던 내시들에 대해 상기할 수 있게 된 것을 그들도 기뻐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럼 내시묘역길 구간을 거닐어 볼까요?

지난 번에 마실길 구간 산행을 끝냈던, 북한산 둘레길 안내지도 앞에 다시 섰습니다.

시작지점을 뒤로 하고 내시묘역길 구간으로 들어 섰습니다. 길가에 핀 봄꽃이 반갑네요.

북한산 둘레길 곳곳에는 이런 둘레길 이정표가 탐방객들을 안내하는데요. 내시묘역길 구간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마실길 구간’은 ‘산행길’을 거의 만날 수 없는, 말 그대로 '마실길'이었는데요. 내시묘역길 구간은 숲으로 난 길을 제법 지나게 된답니다.

수풀길을 벗어나면 마을을 만나게 되는데, 마을 초입에서 ‘여기소터’를 만날 수 있답니다.  

‘여기소터’임을 알리는 안내 표지석이 서 있는데요.

'여기소터'는 조선 시대 북한산성 축조에 동원된 관리를 만나러 왔던 기생이 만나지 못하게 되자, 못에 몸을 던진 곳이라고 합니다. 애틋하고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곳이네요.

여기소터를 지나 발걸음을 계속 옮기는데, 둘레길이 마을길을 따라 이어지는군요. 

북한산 둘레길이 아니었다면, 이 곳에 '마을'이 있다 사실조차 몰랐을 것 같아요. 이런 곳에 자리 잡은 마을과 집들을 은근히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나갔습니다. ^^

마을길 옆으로 시내가 흐르기도 하는데, 시냇가로 내려가서 한컷 담아봤습니다. 

약 185년 정도 된 느티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계속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을 뒷편으로 북한산 봉우리들이 보이네요. 

그리고 내시묘역길 구간은 백화사 앞으로 길이 지나갑니다. 

마을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둘레길은 숲으로 난 길로 이어집니다. '내시묘역'은 바로 이 지점 근처에 있는데요. 오늘은 내시묘역길을 코스 대로 거닐어 보는 것이 목적이라, 그대로 지나쳤습니다.

북한산 둘레길의 상징과 같은 '둘레길 표지'가 나무에 달려 있네요. 

이 구간을 걷다 보면 ‘의상봉’으로 향하는 산행 코스와의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요.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리고 ‘경천군 송금물침비’를 만나게 되는데요. 

‘경천군 송금물침비’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도 있더군요.

‘경천군 송금물침비’가 서 있는 곳에는 벤치가 있어, 다리쉼을 할 수가 있습니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많은 분들이 북한산 산행을 시작하는 지점인, 북한산 탐방지원센터 근처를 지나게 됩니다. 

탐방지원센터도 있고 화장실 등도 있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가도 좋을 것 같네요.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발걸음을 옮깁니다. 

발걸음을 얼마 옮기지 않아서, 곧 계곡과 북한산 연봉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다리를 건너 나무 데크로 된 계단을 오르자마자, '전주이씨 문중묘역'을 만나게 되는데요. 둘레길이 이 묘역 앞으로 지나가더군요.

나무 숲 속으로 시원하게 뻗은 길을 계속 걸어갑니다. 

숲속으로 난 길이 끝나면 둘레길은 툭 터진 길로 계속 이어지는데요. 

'원효봉'으로 오르는 산행코스 갈림길도 이 지점에서 갈라져 나갑니다.

신라시대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다가 한 사람은 그대로 유학을 떠나고 다른 한사람은 신라로 다시 돌아와, 나란히 고승의 반열에 든 의상과 원효, 그들이 의상봉과 원효봉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산에 나란히 서 있네요. ^^

북한산 건너편에 있는 ‘노고산’이 눈앞에 펼쳐지는군요.

북한산 둘레길의 여정에 서 있으면 북한산이 너무 가까워 북한산을 제대로 조망할 수는 없는데요. 북한산과 마주한 노고산에 올라보면 북한산을 장쾌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북한산 둘레길이 ‘북한산로’를 만나는 지점이 보이네요. 북한산 둘레길 내시묘역길 구간은 바로 이 지점에서 끝나게 됩니다. 

10구간인 내시묘역길 구간은 11구간인 ‘효자길 구간’으로 이어지는데요. 눈앞에 펼쳐진 ‘효자길 구간’ 산책은 다음으로 미루고 여기서 발걸음을 돌렸답니다. 

제가 거닐었던 내시묘역길 구간을 위성지도 위에 표시해보았습니다. 노고산 주변의 군부대 등 군사시설 때문인지 위성지도가 흐릿하게 표시되었네요.

내시묘역길 구간의 고도차를 표시한 그래프입니다. 둘레길인지라 그닥 가파르진 않습니다만, 여유있게 거닐었던 마실길보다는 구간도 길고 숲으로 난 길도 많답니다. 

내시묘역길 구간은 총 3.37km 정도인데, 제 걸음으로는 1시간 4분 정도 걸렸습니다 (사진 찍고 코스 체크하면서 걸었으니까,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1시간 이내에 걸을 수 있습니다). 수풀로 난 길들이 꽤 있지만, 운동화나 트레킹화로도 충분한 코스랍니다.

 

Posted by library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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