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은 전라남도 순천 분이셨고 어머니는 전라북도 순창 분이셨기에, 저와 누나는 어릴 때부터 ‘홍어’를 자주 접하곤 했습니다.

전라도에서는 ‘잔치 때 홍어가 나오지 않으면 대접 받은 게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홍어는 잔칫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완소메뉴’인 셈인데요.

귀한 홍어를 맛 보려면 1년을 기다려, 아버님 생신 때나 겨우 맛볼 수 있었지요.

홍어를 먹는 방식도 남도와 북도가 조금 다른 걸로 알고 있는데요. 남도 (전라남도)는 홍어를 그대로 삭혀서 '홍어회'를 즐겨 먹는 걸로 알고 있고, 북도 (전라북도)는 홍어회를 매콤하게 무쳐 내놓는 '홍어회 무침'을 즐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남도와 북도 스타일을 모두 사랑합니다만, 어렸을 때부터 어머님이 종종 해주시던 ‘홍어회 무침’이 더욱 익숙하긴 합니다.

난 주말, 외할머니 94세 생신을 맞아 순창과 정읍을 다녀왔는데요 (아래 사진은 외할머니 생신 잔치 때 찍은 사진입니다).

잔치를 준비하면서 어머님과 이모들이 홍어회 무침을 넉넉히 준비해서, 형제와 친척들에게 나눠 주셨어요.

그래서 일요일에 저희도 이모님이 박스로 싸주신 홍어, 김치, 양념에 잰 불고기, 그리고 봄이 먹으라고 싸주신 딸기잼까지 반찬을 바리바리 챙겨 집으로 왔는데요.

집에 도착해서 박스에 담아온 반찬들을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는 과정에서, 아내가 ‘홍어가 없다’고 하지 뭡니까~?!! 무슨 소리냐며 아내가 박스에서 꺼낸 반찬들을 살펴보니, 홍어는 없고 김치만 2박스가 들어 있더군요.

여러 형제와 친척들에게 반찬을 싸는 과정에서 저희 집에는 김치가 2박스가 들어오고, 누군가에게는 홍어가 2박스가 들어간 게지요.

거의 몇 년만에 홍어 맛 좀 보나 싶어서, 희희낙락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 날벼락이냐~ 낙담을 하고 말았는데요.

사연을 알게 된 막내이모님이 따로 ‘홍어회 무침’을 저희에게 ‘택배’로 부쳐주셔서, 어제 저녁에 이 환상적이고 환장할 맛의 홍어회 무침을 맛나게 먹었답니다. ^^ 

제 아내도 요리를 잘 해서, 저에게 주말이면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보라’고 얘기하곤 하는데요. 아내가 거의 유일하게 해주지 못하는 음식이 바로 ‘홍어회 무침’이거든요. 대구에서 자란 아내다 보니, 홍어 자체를 먹어보지 않았고 본인이 그리 즐기지 않다 보니, 요리하는데도 난색을 표하곤 하더라구요.

사설이 길었네요.

정한 ‘밥도둑’이자 막걸리 한 사발 절로 생각나게 하는 ‘홍어회 무침’ 사진입니다.

'홍어회 무침' 먹기 급급해, 사진을 한 장 밖에 찍어 올리지 못한 것을 이해해주세요 (이 사진 촬영 후 홍어회 무침은 모두 제 뱃속으로 들어가셨습니다. ^^).

저희 어머님이 '손'이 크셔서 반찬을 챙겨주시면 집으로 가져와 이웃들과 나눠 먹고 했는데요.

어제 아내가 저에게 이모님이 보내주신 '홍어회 무침'을, 상하기 전에 이웃들과 나눠 먹으면 어떠냐?고 묻길래, 제가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

Posted by library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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