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행신동에 살 때 파주출판도시와 헤이리 등도 자주 들렸지만, 종종 갔던 곳이 황희 정승이 갈매기를 벗 삼았다는 반구정(伴鷗亭)과 율곡 이이가 자주 찾았다는 화석정(花石亭)이었습니다.

두 곳 모두 이른바 화려한 명승지나 유명 관광지는 아닙니다만, 소박하고 호젓한 분위기가 좋아 자주 찾았던 곳들이랍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바람 쐬러 자주 찾았던 곳들이기도 하고요.

면목동에서 3년 사는 동안 파주와 일산 방향으로 자주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는데요. 은평뉴타운으로 이사 와서 오랜만에 파주 화석정을 찾았습니다.

화석정은 자유로를 타고 가다가 당동IC에서 빠져나와 37번 국도를 타고 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초행길에는 찾기 지나칠 수도 있어서,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가시는게 찾기 편합니다.

화석정 바로 앞에는 10여 대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이 있습니다. 화석정 바로 앞 주차 공간에는 버스 등 대형차량은 주차하기 어렵습니다. 화석정 입구에 주차하고, 조금 걸으시면 금방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화석정이 바로 눈앞에 보입니다. 

화석정은 임진강이 휘돌아 가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화석정 앞에서 보면 멀리 북녘의 산하도 바라볼 수 있답니다.

화석정 바로 옆에는 수령이 수백년 된 나무들도 여러 그루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화석정과 임진강 사이로 도로(37번 국도)가 나 있어서, 차들이 제법 빠른 속도로 쌩쌩 지나간다는 점인데요. 도로만 아니었으면 화석정의 호젓한 풍광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화석정 주차장 옆에는 ‘매점’이 하나 있는데요. 일요일 오후에 이곳을 찾았던 저희도 출출해서, 준비해온 삼각김밥에, 컵라면을 구입해서 먹고 왔답니다. ^^ 

정자 앞에 화석정에 대한 안내문이 있네요.

화석정은 율곡의 5대 조부인 이명신이 세운 것을 율곡 이이가 다시 중수하였고, 자주 찾았던 곳이라고 하는데요. 임진왜란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외침에 대비한 10만 양병설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율곡은 화석정을 고쳐 지을 때 불에 잘 타는 관솔로 짓고 이후에도 기름칠 등으로 화석정을 잘 손질해두었다고 하는데요.

훗날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선조가 의주로 피난을 가면서 칠흑 같은 어둠과 비바람 때문에 임진강을 건너기 어려울 때, 화석정을 불 태우고 그 불빛에 의지하여 ‘도강’하여 피난을 했다는 일화입니다.


혹자는 율곡의 신통한 예지력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나라를 걱정했던 지식인의 고뇌와 충정이 서려 있는 장소로 이해하려 합니다. 

율곡이 사랑했던 이 나라, 이 강산이 수백년 후 두 동강이 날 것을 율곡은 알았을까요? 

화석정이 갈라진 북녘의 산하까지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겠습니다마는, 나라를 걱정했던 선인이 칠흑같은 어둠과 폭풍우 속에 자신을 태워 불을 밝히려 했던 정신은 지금도 전해 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 시대의 분열과 갈등, 이 어둠을 밝히는 '화석정'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분열된 산하가 있는 한,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화석정의 소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거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곳 화석정에서 사람들의 갈등과 대립으로 끊어진 산하가 아닌, 평화롭고 온전한 산하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이것이 화석정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아닐까요?  

화석정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산100-1


Posted by library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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