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은평뉴타운은 은평'탈세'타운? 

지난 번에 은평뉴타운에서 이뤄지는 부동산 계약의 80-90%는 탈세를 목적으로 ‘다운 계약서’가 작성된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제목도 ‘은평탈세타운’이라는 제목으로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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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뉴타운에서 다운 계약서가 성행하는 이유는, 분양 당시부터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2. 은평뉴타운 아파트에 밤에도 불이 켜지지 않는 이유 : 

밤에 은평뉴타운을 거닐거나 차를 타고 지나다 보면, 은평뉴타운 몇몇 아파트 동에 불이 거의 켜져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5-20층 되는 아파트에 불이 켜진 집은 5-6채 밖에 없고 나머지 집들은 모두 불이 꺼져 있곤 합니다. 

처음엔 대부분의 거주자들이 아직 퇴근하지 않았나 보다 했습니다. 헌데,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밤마다 불이 켜지지 않았습니다. ‘퇴근’을 안 한 게 아니라, 아예 ‘입주’를 안 한 거였습니다.  

이런 ‘텅빈 아파트’들이 이른바 미분양 물량이거나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분양 받은 아파트들이겠지요. 집값 상승의 주범, 원주민 정착 실패 등 서울시의 ‘뉴타운 정책’이 실패했다는 얘기를 듣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렇게 어렵사리 만들어진 아파트들이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도록 방치했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3. 우리 사회가 '나쁜 사회'이고 '못된 사회'인 이유 :  

살 집을 구하지 못해 전세와 월세집을 찾아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허다한데, 누군가가 투기 이익을 위해 움켜진 ‘빈 집’들이 저렇게 많은 걸 보며, 정말 우리 사회가 ‘부조리’하고 문제 있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됩니다. 

먹고 입고 자는 ‘의식주’는 삶의 기본이 되는 요소인데요. 주거 문제의 기본이 되는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방치 또는 용인하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먹는 음식, 입는 옷, 사는 집 가지고 ‘장난’을 용인 하는 사회는 기본적으로 ‘나쁜 사회’이며 ‘못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4.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정부가 공급한 아파트에 사는 까닭은? : 

싱가포르 같은 사회는 국민의 대다수가 ‘주택청’이라는 정부 부서가 직접 공급한 저렴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에서 거주합니다. 그리고 아파트에서 거주하던 입주자가 나갈 때도 개인적으로 아파트를 사고 팔 수 없고 ‘주택청’에 다시 내놓아야 합니다 (시프트와 비슷한 방식이죠). 자본주의 사회를 지향하고 국민소득이 4만불을 넘어선 싱가포르가 왜 저럴까요? 

싱가포르 같이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집’ 문제를 가지고 ‘투기’ 등 장난 치도록 용인하게 방치하면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일 겁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우리 사회 처럼 ‘이념’에 집착해서 주택 문제를 '시장 논리'로 방치했다면,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오늘과 같은 성장을 했을까요? 아마 옛날에 거덜났을 겁니다. 

저는 국토가 좁고 대도시에서 만족할만한 주거 여건을 마련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실물 경제와 자산 경제는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부동산 등 자산 경제가 불균형하게 비대해진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부동산이 오르기만을 바라보며 아무도 일하지 않는 사회가 있다면, 그 사회가 성장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가 그런 분위기를 부추겨 왔다는데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초고속 성장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자산 경제에 한눈 팔지 않도록 하고 모든 사람들이 생산적인 실물 경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편 것에도 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집' 문제는 '이념'과 '시장 논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 

어차피 돈 있는 사람들은 집이나 부동산에 투자하지 못한다고 해서 투자처를 찾기 어렵거나 살기 어려워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풍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의식주 관련 문제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집 문제는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실거주 목적으로 살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 사는 ‘삶의 문제’인 건데요. 여기에 ‘시장 논리’ ‘자본주의’ 어쩌구 하면서 가진 사람들을 위한 옹호 정책을 펴는 걸 보면, 신물이 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념’이나 ‘시장 논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살려내는 ‘살림의 정치’인데요. 이념과 시장경제 운운하는 분들은 학교 강단이나, 연구소에 있을 것이지, 왜 정치판에서 정치를 하고 어줍잖은 공무원 노릇하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삶을 살리는 정치와 정책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집은 이념과 시장 논리의 문제가 아니고, '삶'의 문제입니다.

Posted by library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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