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가 면목동 어머니 댁으로 미리 전화를 드리지 않고 불쑥 찾아뵌 적이 있는데요.

마침 그 날 저희 어머니가 '늦은 김장'을 하고 계셨어요. 벌써 한참 전 (11월 초)에 저희 먹을 '김장 김치'를 따로 담궈 주셔서, 그 때 어머니 드실 김장까지 모두 끝낸 줄 알았는데요. 

저희가 먹을 김장 김치를 먼저 담아서 챙겨 보내주시고, 어머니 드실 김장 김치를 두 달이 지난 이 날 뒤늦게 하신 거였어요.

그 날 어머니댁에 불쑥 찾아뵙지 않았으면, 어머니가 저희 김장 김치를 먼저 챙겨주시고, 뒤늦게 어머니 드실 김장을 하신 사실을 끝내 몰랐을텐데요.

뭐든 자식을 먼저 생각하고 챙겨주시는 어머니 마음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제가 어머니를 찾아뵌 때가 점심 무럽이었던 터라, 바로 밥을 해서 갓 담근 김장 김치로 점심상을 내주셨는데요.

그 때 어머니가 내주신 '김장 김치'가 바로 이 김치랍니다. 


김장 김치를 담그시던 중이어서 그냥 간단하게 밥에 김치만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사이 청국장도 데워주시고 여러 반찬을 내서 '한상' 푸짐하게 차려주시더군요. 


어머니가 꾹꾹 눌러주신 고봉밥을 정말 맛있게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다른 일 때문에 점심만 먹고 어머님 댁을 나섰는데요. 

그 때 어머니 댁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볼 때마다, 자식 먼저 챙기고 뒤늦게 김치를 담그시던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좀 먹먹해지네요. 

어머니 평생의 삶이 늘 그러셨는데 말입니다. 

어머니, 오래 오래 사세요. 
 
Posted by library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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