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폭포동의 안산이자 앞산 역할을 하는 갈현근린공원 산책기를 한번 남긴 바 있는데요 (못 보신 분들은 아래 포스팅한 글을 참조하세요).

‘갈현근린공원’을 가만히 살펴보면, 은평경찰서 지점에서 연서로에 의해 둘로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은평뉴타운 폭포동의 옛 풍경을 알 수 없어서 속단하긴 어렵지만, ‘연서로’라는 도로가 나면서 갈현근린공원의 산줄기가 지금처럼 끊어지게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제가 인공폭포 뒷편부터 북한산 산줄기로 이어지는 이 '야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이 야산이 '은평새길'이 뚫리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담하고 정겨워 보이는 동네 앞산이 은평새길에 의해 뭉터기로 깎여나가고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직후, 이 앞산을 한번 거닐면서 제대로 살펴 봐야겠다 마음을 먹었는데요. 지난 5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에 이곳을 산책하며 둘러봤습니다. 

제가 거닐었던 코스를 지도 위에 표시해서 보여드릴게요. 


은평경찰서 건너편으로부터 시작해서 선림사로 이어지는 코스를 생각하면서, 은평경찰서 건너편으로부터 ‘산행’ 초입길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은평경찰서 건너편에 보면 고물상이 하나 자리하고 있는데, 그 고물상 뒷길로 인공폭포 뒤편으로 오르는 산책로가 있더군요.

'은평새길'은 은평경찰서 뒤편으로 터널을 뚫고 나와, 약 100미터 정도 고가도로 형태로 연서로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계획중이라고 하는데요. 현재 계획 대로라면 바로 이 지점 위를 고가도로가 지나가게 됩니다.

오르막 산길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오래된 무덤가에 서 있는 묘지석이 바로 보이네요. 

길은 인공폭포 바로 뒷편으로 이어집니다. 인공폭포 뒷편에서 찍은 모습입니다. 

인공폭포를 뒤로 하고 계속 산길을 거닐어 봅니다. 개발제한구역 표시와 군사보호시설이 함께 보이네요. 

이말산과 은평구 일대는 도성으로부터 10리 안에는 무덤을 쓸 수 없다는 매장 금지 규정 때문에, 조선시대 매장지로 각광을 받았던 곳이라고 하는데요. 인공폭포 뒷편 야산에서도 이런 무덤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 무덤을 뒤로 하고 능선으로 이어진 산길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난 번에 포스팅한 갈현근린공원 산책길도 마찬가지였지만, 인공폭포 뒷편 산책로도 부담없이 편안하게 거닐 수 있는 산길이 이어집니다. 

선림사 방향으로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공터’를 하나 만나게 되는데요. 벤치도 있어서, 다리쉼을 할 수도 있답니다.

지금은 새 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곳이지만, '은평새길'이 놓이게 되면 고속 주행하는 자동차 소리 요란해지고, 자동차들이 뿜어대는 매연에, 밤중에도 가로등과 자동차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게 될 겁니다.  

공터를 지나 계속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지금은 이렇게 평온하고 고즈넉한 풍광을 누릴 수 있지만, 문제의 '은평새길'이 이 근방으로 뚫리고, 계획 대로 차량 진출입로까지 생기게 된다면, 이런 평온한 풍광은 이제 사진 속에서만 접하게 되겠죠. 

계속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북한산 둘레길 이정표를 만나게 됩니다. 북한산 둘레길 '구름정원길 구간'이 바로 이 산책로의 일부를 지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은평새길'이 더욱 기가 막힌 이유는, 수많은 등산객들의 발걸음으로 북한산의 파괴되고 황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산 둘레길'이 개통되어 운영되는 오늘, 국립공원인 북한산 산줄기를 직접 관통하는 터널 2개를 뚫어 자동차 전용도로를 내겠다는 발상을 했다는 점입니다.

'북한산 둘레길'은 북한산으로 대표되는 서울의 자연을 보호하고 소중한 자연 환경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마음에서 놓여진 길일텐데요. 그러한 '북한산 둘레길' 바로 위로 자동차 전용 도로인 '은평새길'을 뚫어 북한산 산줄기를 관통시키자는 발상이,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어이없고 황당하기만 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자는 마음을 담은 북한산 둘레길 표식을 사진에 담으며, 우리 시대의 부박(浮薄)한 정신과 편의적 발상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통일전망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금강산 바위 곳곳에 새겨진 김일성 부자 찬양 문구에 가슴 아파 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분들이, 북한산 산줄기에 관통 터널을 뚫자는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내시는 건지.

그리고 북한산 둘레길 이정표 근처에서 운동시설과 의자 등이 조성된 작은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원을 뒤로 하고 선림사 방향으로 계속 발걸음을 옮기면, 폭포동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 온답니다.

은평새길은 폭포동 아파트 건물과 직선 거리로 불과 수십미터 거리를 두고 지나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사진에 담은 이 주변 야산이 다 깎여나가고 은평새길이 놓이지 않을까 걱정되더군요.

그리고 산책로는 철제 울타리를 따라 이렇게 이어지는데요. 

계속 발걸음을 옮기면, 북한산 둘레길 이정표와 안내지도가 서 있는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 서 있는 이정표를 사진에 담아 봤는데요. 

이 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울 시내에 자리하고 있는 유일한 기독교 수양관인 '팀수양관'(팀비전센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은평새길'은 팀수양관 중앙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계획되어, 기독교 유적지에 해당하는 팀수양관도 졸지에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갈림길에서 폭포동 아파트 연결도로로 갈 수도 있고, 불광동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만, 저는 산길을 따라 선림사 방향으로 내려가기 위해 다시 북한산 산줄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산길이 이어지네요. 

북한산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갈림길'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요. 이 지점이 북한산으로 오르는 산행길과 선림사로 내려가는 길, 인공폭포 뒷편 야산 산책로가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갈림길에서 저는 왼쪽편 선림사 방향으로 산책로를 내려왔는데요. 선림사 뒤편으로 북한산 산줄기가 보이네요. 

선림사 풍경을 한컷 담아 봤습니다. 

선림사를 거쳐 내려오면 북한산 둘레길 안내지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폭포동 아파트들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거닐었던 산책로를 위성 지도 위에 표시해보았습니다.

야산 위로 산책로가 이어지기 때문에 그리 가파르지도 않답니다. 북한산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고도는 조금씩 높아지는데, 제가 거닐었던 코스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140m 정도로 나오네요.

은평경찰서에서 선림사까지 산책 코스 거리는 1.03km였고, 산책 코스를 걷는데 걸린 시간은 29분이었습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인공폭포와 제가 거닐었던 폭포동 앞산과 그리고 폭포동 아파트를 사진에 담아 봤답니다. 

아담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 야산이 '은평새길'로 인해 깎여 나가거나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이 글은 '은평새길'에 의해 사라져버릴 위기에 빠진 동네 앞산과 우리의 소중한 자연 환경에 대해 제가 바치는 글입니다. 


Posted by library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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