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K5, YF쏘나타가 아닌 뉴SM5를 선택했나? 1
- 르노삼성자동차 뉴SM5 2011년형 구입기


근래 국산 중형차를 고민하는 분들은 YF쏘나타, K5, 뉴SM5 중에서 고민을 하실텐데요 (올 하반기에 한국GM에서 말리부를 출시하면 말리부도 고려 대상이 되긴 하겠네요). 저도 중형차 구입을 고민하면서, 이 세 차종을 최종 후보로 올려놓고 고민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뉴SM5를 선택을 했습니다.

최근 차량의 판매량을 본다면, K5나 YF쏘나타를 구입하는 분들이 더 많으실텐데, 저는 뉴SM5를 구입했습니다. 제가 왜 K5나 YF쏘나타가 아닌, 뉴SM5를 구입했는지에 대해 포스팅해보려 합니다.

그럼 SM5 이야기로 곧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 뉴SM5 차량 사양 : 

제가 구입한 뉴SM5 사양은 RE + 백진주 색상 (내장 : 블랙) + 파노라마 선루프 + 바이제논 어댑티브 헤드램프 + 컨비니언스 패키지, 이 사양으로 차량을 뽑았는데요. 제가 구입한 SM5 차량 사양에 대해서는 '만족'합니다. 저에게는 과하다고 할만한 사양이어서, 불만족할 이유가 없다고 말씀드려야겠네요.

BOSE 사운드 시스템, 18인치휠/TPMS, 순정 내비게이션을 제외하고 모든 사양을 추가했으니까, 뉴SM5 풀옵션에 가까운 차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SM5를 뽑고 몇 달 지난 후 18인치 휠 + TPMS 사양을 추가할걸 그랬나, 살짝 아쉽기도 했습니다만, 생각해보니 SE부터 검토하기 시작해서 RE까지 와서 지금의 사양으로 SM5를 뽑았으니, 더 욕심을 낸다면 정말 '과욕'이겠네요 (잘 아시겠지만, SM5는 PE – SE – LE – RE의 4등급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금전적으로 무리가 되는 선택이었지만, 아내가 잘 이해하고 배려해줘서 별 이견없이 뉴SM5의 사양을 결정했습니다. 오랫동안 원했던 '새 차'지만 아내의 이해와 배려가 없었으면 지금의 사양으로 뉴SM5를 뽑긴 어려웠을 겁니다. 아내에게 감사하구요. 앞으로도 감사하는 마음 잊지 않고, SM5를 잘 아껴가며 타려고 합니다.  

2. 뉴SM5로 결정하기까지 : 

1) 2세대 SM5, 임프레션의 짧지만 강렬했던 추억 : 

뉴SM5 구입 이전에 몰던 차량이 아버님에게 물려받은 15년 정도 된 레간자였던 터라, 신차 구입은 몇 해 전부터 꿈꿔왔는데요. SM5에 대한 좋은 인상은 2008년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SM5 임프레션을 렌트해서 몰아 보면서 갖게 되었습니다. SM5 임프레션을 일부러 골라서 렌트했던 것도 NF쏘나타나 로체보다 SM5 임프레션이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제주도에서 부드럽게도 거칠게도 SM5 임프레션을 몰아봤는데, 안정적인 주행 퍼포먼스를 보여 주더군요.  SM5 임프레션의 주행성과 깔끔한 디자인, 고급한 인테리어는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다소 좁은 차폭은 아쉬움으로 남더군요 (이런 차폭의 아쉬움은 뉴SM5가 넉넉한 차폭으로 출시되면서 완전히 해소되었죠~ ^^). 

2009년말 YF쏘나타가 출시될 때부터 본격적으로 중형차 구입을 고민하기 시작했구요. YF쏘나타에 잠시 혹해 하다가 YF쏘나타의 디자인에 질리기 시작하면서, 뉴SM5가 낫다 싶어, 줄곧 SM5 동호회 등을 통해 열심히 뉴SM5에 대해 모니터링 하기 시작했습니다.

뉴SM5 출시 전에는 SM5 동호회를 들락거리다가, ‘뉴SM5(L43)의 가격을 르노삼성이 동결해야 하는 이유’라는 장문의 글을 써 갈겨, 동호회 분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적도 있었는데요. 동호회에서 꽤나 많은 '추천수'를 기록했던 글이기도 합니다.

2) 나는 뉴SM5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뉴SM5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이 처음에 공개되었을 때 많은 분들은 ‘실망감’을 표출하셨는데요. 저는 임프레션의 느낌이 전해져 오는 현재의 뉴SM5 익스테리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차피 2-3년 탈 것도 아니고 5년 이상 차량을 길게 보유할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강렬하지만 너무나 쉽게 질려 버리는 YF쏘나타의 디자인보다는 클래식한 느낌의 뉴SM5가 마음에 들었답니다. EF쏘나타와 SM5 1세대의 디자인을 비교해보면 초기에는 EF의 디자인이 호평을 받았지만,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SM5 1세대의 디자인이 질리지 않고 더 나아 보인다는 점도 감안을 했구요. 

2010년 5월 눈에 확 들어오는 디자인으로 K5가 출시된 걸 보고 아내랑 K5를 꼼꼼히 살펴보러 갔었는데요. 실내 디자인에 실망, 뉴SM5로 완전히 마음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익스테리어보다 정작 운전자와 차량 이용자가 일상적으로 체감을 하는 인테리어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K5의 엣지있는 익스테리어에 비해 인테리어는 정말 아쉽더군요. 그 때 제 아내가 K5의 디자인을 보고 이런 말을 하더군요. ‘K5 실내는 디자인을 하다 만 것 같은, 심하게 말하면 택시 실내 디자인을 연상시킨다’고. K5의 익스테리어에 뉴SM5의 인테리어가 합쳐졌다면, 한국 중형차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탄생했을텐데요. ^^ 

1세대 맥시마, 2세대 티아나, 3세대 라구나 플랫폼으로 SM5가 진화를 하는 과정은 르노삼성자동차가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조금씩 확립해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향후 출시될 4세대와 5세대 SM5는 어떤 디자인을 선보이게 될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3. 뉴SM5, ‘새 차’에 대한 감동이 덜했던 이유? : 

뉴SM5로 마음을 정하고도 바로 질렀느냐, 그렇진 않았습니다. 몇 천만원 짜리 제품을 구입하는데, 매장에서 몇 번 구경하고, 시승 1-2번 해봤다고 차량에 대해 알기는 어렵죠. 2010년 11월경에 아내랑 상의해서 뉴SM5 차량을 24시간 렌트를 했구요.

뉴SM5를
렌트해서, 아내와 함께 자유로, 북악스카이웨이, 남한산성 일주도로, 경춘가도, 중미산 자연휴양림 일주도로, 서울춘천고속도로 등을 주행해봤습니다 (24시간만 렌트한 관계로 오프로드는 못 가봤네요 ㅋ). 렌터카는 LPG에 내장도 기본 사양이었지만, 허접해보이지 않고 깔끔했구요. 차량의 반응성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괜찮았습니다. 

뉴SM5에 대한 평 중에 ‘차가 잘 안 나간다’는 평을 많이 들었지만, 제 기준으로는 차가 안 나간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2004년경에 독일에 출장 갔을 때, 벤츠에서 나온 밴 (일행이 6-7명이었거든요)을 렌트해서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려본 적이 있는데요. 그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속 180km를 넘게 밟아 본 적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고속도로라고 하는 아우토반에서 시속 200km 가까이 속도를 내서 달려 봤지만, 그닥 큰 감흥이나 감동은 없더군요 (그냥 200km 가까이 찍어 봤다는 정도?). 어떤 분들은 레이싱 (racing)이 연상될 정도 악셀을 세게 밟는 것에서 쾌감 같은 걸 느끼는 분도 계시던데, 저는 스피드 매니아는 아니어서요.

용 영역대에서 충실한 가속력과 제동성을 보여주는 뉴SM5가 오히려 마음에 들었답니다. 스포티한 주행용으로 차량을 생각했다면, 저는 SM5나 YF, K5보다는 제네시스 쿠페를 구매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암튼 24시간 렌트를 해서 뉴SM5를 몰아 보고나서, 뉴SM5를 구매해야겠다는 마음을 확실히 굳혔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뉴SM5를 24시간 동안 렌트해서 몰아봐서 그랬는지, 정작 2010년 12월 20일 르노삼성자동차 화성출고장에서 ‘우리 차’를 인수받을 때 새 차를 만나는 ‘감동’은 조금 덜하더군요. 새차를 보고도 덜 흥분한 덕분에 화성출고장에서 거의 2시간 가까이 차량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지만요. ^^

차량 인수 관련해서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지난 2010년 12월 뉴SM5 RE 차량을 계약한 분들께는 11월 생산분을 인수하라는 영맨들의 ‘제안’이 꽤 많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12월 11일 계약해서 생산라인 타고 나온 차량을 인수할 생각이었는데, 1차례 거부 후 2번째도 같은 차량으로 배정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차량 받지 않고 영맨에게 우겨 끝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이것도 ‘인연’이다 싶은 생각도 들었고 갓 ‘생산’된 차도 좋겠지만, 생산되어 ‘숙성’이 된 차량도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막 생산된 차라고 문제가 없고, 생산된지 좀 됐다고 문제가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진 않더군요 (오히려 운이 나쁠 경우, 생산량이 몰리고 송년회 등이 많은 12월에 생산된 차량에 문제가 더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생각도 들었구요).

대신 차량은 문제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자는 생각으로 르노삼성자동차 화성출고장까지 찾아가서, 차량 꼼꼼히 살펴본 다음 인수했습니다. ^^ 


4. 뉴SM5, 연비와 차량 길들이기 :  

대부분 분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아직까진 차량을 애지중지하면서 몰고 있구요. 차에 무리를 주지 않고 살살 몰겠다고 가끔씩 제 다리가 '저린' 증세도 불사하고 있답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집으로 퇴근할 때도 주차장에 들려 잘 있는지 확인하고 집으로 올라가기도 한답니다 (차 뽑은 날 새 차가 걱정되서 잠이 안 올 것 같다고 '차에서 자고 올까?'하고 아내에게 농담했더니, 혀를 끌끌 차더군요 ㅋㅋ). 

차량 매뉴얼에 있는 대로 1,000km에 도달하기까지는 급출발/급제동, 그리고 RPM 3,000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이젠 6,000km를 넘겼지만, “차는 여자 다루듯 해야 한다”는 말처럼 살살 차를 몰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500km 주행하기까지 평균연비는 9.5km가 나오더군요. 1,000km가 넘게 되면 지금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차량을 몰게 될 테지만, ‘연비 운전’을 하려는 노력은 계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균 연비 10km를 돌파해보자는 게 제 목표랍니다. ^^ 

뉴SM5 연비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서울 – 대구, 그리고 서울 – 정읍을 주행하면서 기록했던 연비에 대해 각각 포스팅했던 적이 있습니다. 

300km 이상을 주행하면서 평균연비 16km 이상을 기록을 했는데, 연비 운전을 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겠지만, 신경 써서 운전하면 뉴SM5, 꽤 좋은 연비를 보여줍니다.


5. 제가 지향하는 드라이빙의 이상, 세이프 드라이빙과 매너가 있는 운전 :


돌아가신 저희 아버님은 운전을 참 잘 하셨는데, 이런 '운전관'을 가지고 계셨어요. "운전은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편안하게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고 안정감있게 해야 한다".


아버님의 운전관은 스피드가 아닌 '안전하고 안정감 있는 운전'을 지향하셨는데요. 제가 지향하는 드라이빙의 궁극적인 이상도 이와 같습니다.

스피드 레이싱(speed racing)보다는 세이프 드라이빙(safe driving)을, 스킬(skill)이 뛰어난 운전보다는 매너(manner)가 있는 운전을 지향하는게 저의 드라이빙 이상이기도 한데요. 차량 길들이기가 끝나도 이런 운전관의 연장선상에서 운전하도록 늘 노력하려고 합니다.

뉴SM5의 세부 사양과 인테리어, 주행과 제동 성능, 그리고 뉴SM5의 무난한 디자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이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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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가 뉴SM5(L43)의 가격을 동결해야 하는 이유

 


르노삼성의 SM5는 현대자동차 소나타에 비해 ‘고가 (高價) 전략’을 펴온 게 사실입니다. 1세대 SM5 출시 시점부터 동급 소나타에 비해 높은 품질을 제공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온 것이 사실이구요 (쉽게 말하자면 적게 팔더라도 대당 이익이 높은 ‘폭리소매’ 구조였죠).

 
하지만, 이번 뉴SM5 (코드명 L43) 출시의 경우는 이전과 상황이 다를 수 있을 듯 싶네요. 이번 뉴SM5의 가격 책정에 있어서 첫번째로 고려될 요소는 캠리 (Camry)의 국내 출시이고, 둘째는 YF소나타 출시 후 국내에서 번지고 있는 국산차 가격거품 논란, 세번째는 개방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상황입니다.

 

도요타 캠리의 절묘한 가격 전략 

 

캠리 출시 이후 국산차들은 줄줄이 캠리의 차값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캠리 리미트’ (Camry limit)에 걸려있는 상황인데요. 2010년 1월 뉴SM5 이후 2010년 내 SM7 후속 차량의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르노삼성 입장에서도 지나친 가격 인상은 현실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네요.

 

뉴SM5의 가격을 종전처럼 YF소나타보다 200만원 가량 높게 책정할 경우, 최고급형은 캠리와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게 되고, 1단계 더 높은 세그먼트의 SM7의 가격은 캠리를 훌쩍 뛰어넘게 되죠. 캠리와 얼마 차이 안 나는 뉴SM5, 그리고 캠리보다 비싼 SM7, 얼마나 잘 팔릴까요?

 

또한 이번에 국내에 출시된 캠리는 2006년형이지만, 2011년경에 풀체인지된 ‘신형 캠리’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헌데 도요타 (Toyota)는 이전에 혼다 (Honda)나 닛산 (Nissan)이 한국에서 환율 연동해서 가격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고무줄 가격 전략을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요타가 한국에서 캠리를 출시한 것은 현대-기아자동차 ‘본진 공격’의 의미를 더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요타는 한국에서 취한 폭리를 바탕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강력한 마케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전략을 꿰뚫어보고, 캠리의 가격과 출시 시기를 전략적으로 조율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1년경에 풀체인지된 신형 캠리가 현재의 가격 선인 3,490만원대로 출시된다고 생각해보세요. YF소나타, 뉴SM5, K7, K5 (로체 후속), 그랜저 후속, SM7 후속 등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의 주력 차종들은 모두 ‘신형 캠리’ 출시 이후 국내 시장에서 상당히 고전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자기 덫에 걸린 YF쏘나타

 

반대로 현대-기아자동차는 ‘캠리 리미트’와 ‘소나타 리미트’ (Sonata limit)에 동시에 걸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캠리보다 먼저 출시한 YF소나타는 디자인을 sporty하게 가져 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자 가격을 상당히 끌어 올렸습니다. 문제는 YF소나타 출시 이후 도요타 캠리의 국내 출시 가격을 예상치 못한 점이었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소나타 리미트’에 걸렸다는 것은, YF소나타의 가격을 비싸게 책정함으로써, 그보다 세그먼트가 위인 K7과 그랜저 후속의 가격도 그에 맞춰 높게 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젠 내리고 싶어도 스스로 책정한 YF소나타의 가격정책에 걸려 마음대로 못 내린다는 얘기죠.

 

12월로 SM5 출시를 예정했던 르노삼성이 '연식 문제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납득 가지 않는 핑계를 대면서 한달 가량 출시를 연기한 데에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르노삼성자동차, SM5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은 어떤 가격정책을 펴게 될까요? 현재의 SM5 가격을 ① 인하한다 ② 유지 (동결)한다 ③ 인상한다, 3가지 선택이 있겠죠.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성능이 개선된 차량의 가격을 더 싸게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만약 더 싸게 내놓는다면, 뉴SM5는 대박이 날 가능성이 높겠죠. 르노삼성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급반전할 가능성이 높구요. 하지만,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르노삼성의 행태를 되돌아보면, 차값 인하를 상상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르노삼성의 선택은, 가격을 인상하거나 동결하거나 둘 중 하나로 보여집니다. 캠리와 YF소나타 출시 이전의 상황이라면, 르노삼성의 고민도 많지 않았을 겁니다. 예전처럼 고가 전략을 취했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문제는, 캠리와 YF소나타가 예상치를 벗어난 낮은 가격과 높은 가격으로 각각 출시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격을 인상할 것인가? 가격을 올린다면 얼마나 올릴 것인가? 

 
먼저 인상하는 방안입니다.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요? 이전처럼 YF소나타에 200-300만원을 더 얹는 방식? 이미 SM5 임프레션 풀옵션의 가격은 3,045만원 정도 됩니다. 기존 SM5 임프레션의 가격에 200-300만원을 더 얹으면 캠리 가격에 거의 근접하는군요. 캠리가 아무리 렉서스가 아닌 도요타의 대중 차종이라곤 하지만, SM5와 YF소나타에 비길 바는 아닙니다.

 

게다가 뉴SM5의 최고 트림을 캠리와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책정하면, 내년에 출시 예정인 SM7은 캠리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으로 책정되어야 합니다. YF소나타 고가 책정으로 스스로 가격 마지노선을 그어 버린 현대-기아차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신차 출시 때마다 차값 대폭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똑같은 비판에 직면하겠군요.

 

그럼 YF소나타 가격 대에 맞추는 소폭 인상의 방법은 어떨까요? 소폭 인상을 택하는 경우에도 기존 SM5 임프레션의 트림 별 가격이 이미 만만치 않아, YF소나타 가격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거나 YF소나타 가격을 넘어서게 됩니다. 현대-기아차의 가격대에 ‘묻어가기 전략’을 취하면서 과거에 비해 얼마 올리지 않았다고 ‘생색’을 낼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캠리 출시 이후 국내 자동차 회사들에 대한 고객들의 부정적 시선과 분노에 찬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헌데,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YF소나타의 고가 출시로 현대-기아차가 ‘패착’을 하긴 했지만, 아직 현대-기아차에게는 2010년 5월에 출시될 K5 (로체 후속)라는 ‘카드’가 하나 더 있습니다. K5는 YF소나타와 같은 세그먼트로 출시되는 제품이지만,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가 정책’을 통해 중형차 수요를 흡수할 수도 있으니까요. 또다른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현대-기아차를 두고 르노삼성이 어중간한 ‘묻어가기 고가 전략’을 취했다간 SM5 포지셔닝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다 - 위협받고 있는 SM5 포지셔닝

 

개인적으로는 르노삼성이 뉴SM5 기종의 가격을 살짝 올리는 선에서 YF소나타의 고가 전략에 대응하면서, 옵션 선택의 폭을 넓혀 가격 인하의 효과 등을 제시하는 방법 등을 취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뉴SM5의 가격을 얼마로 책정할 것인가만 고민하면 되는 단순한 시기가 아닙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 GM 등 미국 자동차 회사가 몰락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급속하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자동차  시장도 EU, 미국 등과의 FTA 체결로 급속히 개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르노삼성 역시 과거처럼 폐쇄적인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공급자 위주의 일방적인 가격 전략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며, 글로벌 4위권인 르노닛산 계열의 일원으로 글로벌 6위권인 현대-기아차에 대한 견제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고 봅니다.

 

소나타, SM5, 토스카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폐쇄적인 시장에서는 만들기만 하면 차가 팔렸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봅니다. 과거 10년 동안 르노삼성의 경쟁 상대는 현대-기아차, GM대우 뿐이었지만, 앞으로는 다릅니다.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 푸조,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들과 한국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습니다.

 

소나타, 토스카 등과 경쟁하며 좀더 나은 품질 + 비싼 가격을 통해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왔던 SM5가 과거와 같은 전략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위험한 전략이라고 봅니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회사의 차량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SM5의 브랜드 파워는 ‘프리미엄’을 내세울 정도로 강하다고 보진 않기 때문입니다.  

 

SM5, '대중명품주의'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SM5의 전통적인 디자인 컨셉은 트렌디(trendy)함보다는 클래식(classic)함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YF소나타와는 상대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죠. YF소나타가 향후 ‘력셔리’한 축으로 브랜드 포지셔닝을 끌어 올리려고 합니다만, 솔직히 쉽지는 않다고 봅니다. 소나타가 주 공략 대상으로 삼는 미국 시장에서 소나타는 ‘저렴한 가격 대비 괜찮은 품질의 차량’으로 포지셔닝되어 있습니다. 품질을 더 끌어 올리고 디자인을 파격적으로 바꾼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도요타가 렉서스 (Lexus)를, 닛산이 인피니티 (Infiniti)라는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을 공략한 것도 결국 이런 소비자들의 인식의 범주를 넘어서기 어려웠기 때문이구요.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저는 SM5가 향후 지향할 방향이 ‘대중명품’ (masstige)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품질 + 합리적 가격 + 서비스의 만족도 등을 결합하여 SM5만의 포지셔닝을 확고히 해야 할 상황이 왔다고 봅니다.

 

어줍잖게 럭셔리 (luxury) 또는 명품 (prestige)을 지향하며 고가를 책정하는 전략은 SM5의 포지셔닝에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뉴SM5 차량의 가격 전략은 이런 복잡한 상황을 고려해서 책정이 되어야 한다고 보구요. 그런 맥락에서 이번 뉴SM5의 가격은 현재의 임프레션 가격 선에서 동결하면서, 옵션 선택의 자유도를 이전보다 높이면서 실질적인 가격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으로 설정해야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한국 소비자를 얼마 짜리 고객으로 생각할까?

 

이번 뉴SM5 가격 책정은 단순히 르노삼성 차량 한 종의 가격을 정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르노삼성이 강력한 경쟁자인 현대-기아차에 맞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 그리고 국내 고객들에게 어떤 자동차 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량생산 체제를 통해 T모델을 출시하여 미국 자동차 시장을 석권했던 포드가 2위 업체로 추락했던 이유는,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브랜드별 자동차를 선보인 GM에 의해서였습니다.

 

후발주자인 르노삼성이 SM5를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도 괜찮은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성원 때문이었고, (SM5 임프레션 LPG 차량 결함으로 인한 강제 리콜 사건 이후) 2008년 1분기 르노삼성 매출이 급락했던 것도 품질 및 기술력 저하에 대한 고객들의 냉정하고 준엄한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렉서스는 고객 한 사람이 60만불의 고객생애가치 (customer lifetime value)를 가진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즉, 렉서스 자동차를 1대만 구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 구매를 통해 평생 동안 60만불 정도의 렉서스 제품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으로 유명한 렉서스의 제품과 서비스는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기에 가능합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국내 소비자들을 얼마 짜리로 봤을까요? 무상 보증을 겨우 넘길만한 품질, 고만고만한 AS…. ‘봉’으로 봤거나 우습게 봐왔다고 생각합니다. 품질이 더 나았다고 하는 르노삼성도 어찌보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뉴SM5 차량의 가격 책정은 르노삼성이 대한민국 자동차 소비자들을 얼마 짜리 생애가치를 지닌 고객으로 바라보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거라 봅니다.

 

한 번 털어먹고 말 ‘봉’으로 보는지, 평생 함께 갈 ‘고객’으로 생각하는지… 르노삼성의 이번 뉴SM5 가격 책정은, 그래서 정말 정말 기대되는군요.


* 이 글은 SM5 3세대 모델인 뉴SM5가 출시되기 한달 전인 2009년 12월 7일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한참이나 지난 글을 티스토리 블로그에 다시 옮겨두는 이유는, 이 글이 자동차에 대해 제가 작심하고 쓴 '첫 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는 글이기도 합니다. ^^


Posted by library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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